낯선 땅에서 들려주는 미나리의 생명력
영화 <미나리>는 한국 가족이 낯선 미국땅 아칸소로 이사하며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아빠 제이콥은 자신만의 농장을 일구어 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는 가족들에게 가장으로서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싶습니다. 가장이 움직이는데 엄마 모니카도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그녀는 미국에서 다시 일자리를 찾아봅니다. 그들에게는 두 명의 아이가 있습니다. 아직 아이들이 어립니다.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서 할머니가 함께 살기로 결정하고 한국에서 미국으로 옵니다. 가방 가득 한국음식을 담아서 옵니다. 고춧가루, 한약, 멸치. 그리고 미나리 씨앗도 있습니다. 어리지만 의젓한 큰딸 앤. 그리고 장난꾸러기 막내아들 데이비드. 아이들에게는 한국에서 온 할머니가 낯설고 어색합니다. 하지만 가족은 힘이 있습니다. 시대가 아무리 혹독해도, 가족이 함께 있다면 못할 것이 없습니다.
영화 <미나리>는 어디에 뿌려도 억척스럽게 자라나는 미나리처럼. 새로 시작할 수 있을거라는 벅찬 희망으로 살아가는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따뜻한 여정이 펼쳐지는 내내 응원하게 되는 영화입니다.
윤여정 배우에 대하여
1947년 6월 19일. 윤여정 배우는 한국에 경기도에서 출생합니다. 그녀는 대한민국 102년 영화 역사 이래 최초로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배우입니다. 윤여정이 배우로 데뷔한 지 55년째 일어난 일입니다. 그녀의 나이 74세에 받은 아카데미 상이라니! 다시 생각해 봐도 놀랍습니다. 그녀는 배우 생활 내내 쉬지 않았습니다. 윤여정은 배역의 크고 작음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연기한 배우입니다. TV에서 연기를 하는 그녀 모습 외에 토크쇼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또 다른 매력이 느껴집니다. 유니크합니다. 패션에 대한 그녀의 철학도 그렇습니다. 한국의 유명한 나영석 Pd와 함께 찍은 '꽃보다 누나'에서 윤여정의 유창한 영어 솜씨는 놀라웠습니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익히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미국에 살았던 경험과 그 이후 그녀가 얼마나 노력했을지 짐작이 됩니다.
70세가 넘은 나이라면 쉴법도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도전했습니다. 미국으로 가서 영화를 찍고 화제의 인물이 됩니다. 이 영화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도 수상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한국에서 탄탄하게 쌓아 올린 내공이 빛을 발했다고 생각합니다. 엄격한 시어머니 역할, 잔소리 잘하는 아주머니는 보편적으로 알려진 모습입니다. 하지만 한국영화 '돈의 맛'에서는 카리스마 있는 역할도 훌륭히 소화합니다. 윤여정은 연기 스펙트럼이 대단히 넓은 배우입니다.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극의 흐름을 만들어 나가는 힘이 있습니다.
이 영화로 만나는 시대배경과 이민자의 삶
고단한 미국 이민자의 삶에 대해 아주 현실적이고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미나리> 영화 소개에 보면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공감할 수 있는 시대배경이 영화 곳곳에 있습니다. 한국적 정서가 듬뿍 담겨 있어서 나의 어린시절이 떠오릅니다. 부모님이 일 가시면 하루종일 나를 돌봐주셨던 나의 할머니가 생각이 나서 영화 보는 내내 그녀가 그리웠습니다.
상업영화에서 봤던 드라마틱한 스토리나 전개를 기대하면 실망합니다. 시대배경이나 이민자의 삶은 그린 흐름이, 저예산 독립영화 느낌이 강합니다. 영화가 전반적으로 잔잔하게 감동을 주는 드라마 형식입니다.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는 영화를 보다가 잠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주 마음에 드는 영화였습니다. 영화 속 OST도 감동을 더해줍니다. 특히, 엄마 역할의 배우가 부른 'Rain Song'. 영화를 본 이후에도 한동안 계속 찾아서 들었던 음악입니다.
정이삭 감독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느껴졌습니다. 정말 나의 가족 이야기처럼 와닿았습니다. 한국인이라서 더 그럴수도 있습니다만 세계적인 상을 받은 걸 보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주는 배경에서, 삶의 여정이 힘들지언정 아빠, 엄마, 두 아이 그리고 할머니까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낯선 땅에서 씩씩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다가 보면 그저 그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바라게 됩니다. 어디서든 뿌리내리고 살 수 있는 미나리처럼. 어디서든 강인하게 살아가는 한국가족 이야기입니다. 저는 부모님과 한번 더 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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